음악에의 초대/시와 음악이 있는 곳

이해인 수녀님과 법정 스님의 우정어린 편지글과 詩

까까마까 2013. 12. 22. 14:09

 

 

 

 

 

 

 

이해인 수녀님의 추모글이 감동적이어서 같이 나누고자 올립니다.

아름다운 깊은 벗
불교에선 도반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요
 

"타 종교인과의 만남을 통해 막연히 추측으로 알고 있거나

배타적인 선입견으로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라는

수녀님의 말에 동감을 하면서 

읽어도 읽어도 아름답고 들어도 들어도 달콤하기만 한
두분 법정스님과 이혜인 수녀님의주고받은 편지를 소개합니다.

 하반부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으니

 덤으로 보시면 더 정감이 갑니다. 

 

 

 

 

 

 

 

불교 니 천주교 니 종교의 벽을

뛰어 넘어서 성인의 경지에 다달은
두 분의 글 속에서 신앙이란
편가르기가 아니고 가장 옳고 바르며
그래서 가장 아름다움 이라는걸...

 

 

 

 

 

"우리는 나이 차를 뛰어넘어 그저 물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담백하고도 아름답고 정겨운 도반이었습니다.
주로 자연과 음악과 좋은 책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나누는
벗이었습니다."

 

"허리는 꼿꼿이 세우고 묵상을 하라
서로에게 이롭지 않은 말은 ‘꿀컥’
수도자가 말 많으면 속이 빈 증거
풍년들어 모두 잘 살길 기도합시다"

 

(옮김)

 

 

 

 

 

 

 

 

 

◆*♡* 지금 암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길상사의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가 
이해인 수녀가 보내온 법정스님 추모글을 공개했다. 
 
 
 
 

이해인 수녀님과

법정 스님의

 

 

우정어린 편지글과

 

 

 

 

 

 

 

 

 

 

♠ 이해인 수녀님 맑은편지

 

 

 

 

 

 

법정 스님께...

 

 

 

스님,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립니다.

비오는 날은

가벼운 옷을 입고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던 스님,

꼿꼿이 앉아 읽지 말고 누워서 먼 산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소리내어 읽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하시던 스님.

가끔 삶이 지루하거나 무기력해지면

밭에 나가 흙을 만지고 흙 냄새를 맡아 보라고

스님은 자주 말씀하셨지요.

 

 

 

 

 

 

며칠전엔 스님의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나

오래 묵혀 둔 스님의 편지들을 다시 읽어보니

하나같이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닮은

스님의 수필처럼

향기로운 빛과 여운을 남기는것들 이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감당하기 힘든 일로 괴로워할 때

회색 줄무늬의 정갈한 한지에 정성껏 써보내 주신 글은

불교의 스님이면서도

어찌나 가톨릭적인 용어로 씌어 있는지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법정스님 1주기…30년 우정 나눈 이해인 수녀 인터뷰-

 

 

 

 

 

 

 

 

 

수년 전

저와 함께 가르멜수녀원에 가서 강의를 하셨을 때도

'눈감고 들으면 그대로 가톨릭 수사님의 말씀'이라고

그곳 수녀들이 표현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왠지 제 자신에 대한 실망이 깊어져서

우울해 있는 요즘의 제게 스님의 이 글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잔잔한 깨우침과 기쁨을 줍니다.

 

 

 

 

 

어느해 여름,

노란 달맞이꽃이 바람 속에 솨아솨아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모습을 스님과 함께 지켜 보던 불일암의

그 고요한 뜰을 그리워하며 무척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이젠 주소도 모르는 강원도 산골짜기로 들어가신 데다가

난해한 흘림체인 제 글씨를 늘처럼 못마땅해 하시고

나무라실까 지레 걱정도 되어서

아예 접어 두고 지냈지요.

 

 

 

 

 

스님, 언젠가 또 광안리에 오시어 이곳 여러 자매들과

스님의 표현대로 '현품 대조'도 하시고,

스님께서 펼치시는 '맑고 향기롭게'의 청정한 이야기도

들려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이곳은 바다가 가까우니

스님께서 좋아하시는 물미역도 많이 드릴테니까요.

 

 

 

 

 

 

 

 

 

 

♠ 법정스님 밝은 편지

 

 

 

이해인 수녀님께...

 

 

 

 

 

 

 

수녀님, 광안리 바닷가의 그 모래톱이

내 기억의 바다에 조촐히 자리잡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난들로 속상해 하던

수녀님의 그늘진 속뜰이 떠오릅니다.

 

 

 

 

사람의, 더구나 수도자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 한다면

자기 도취에 빠지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어떤 역경에 처했을 때

우리는 보다 높은 뜻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 힘든 일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알아 차릴 수만 있다면

주님은 항시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고 그럴수록 더욱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기도드리시기 바랍니다.

 

 

 

 

신의 조영안에서 볼 때

모든 일은 사람을 보다 알차게 형성시켜주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런 뜻을 귓등으로

듣고 말아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수녀님, 예수님이 당한 수난에 비한다면

오늘 우리들이 겪는 일은

조그만 모래알에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옛 성인들은 오늘 우리들에게 큰 위로요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분 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누리실 줄 믿습니다.

 

 

 

 

 

이번 길에 수녀원에서 하루 쉬면서 아침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던 일을 무엇보다 뜻깊게 생각합니다.

그 동네의 질서와 고요가 내 속뜰에까지 울려 왔습니다.

수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산에는 해질녘에 달맞이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겸손한 꽃입니다.

갓 피어난 꽃 앞에 서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심기일전하여 날이면 날마다 새날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그 곳 광안리 자매들의 청안(淸安)을 빕니다.

 

 

 

 

 

      법정스님과 이해인수녀의 청정한 만남

하얀연꽃

 

 

 


.... 법정스님과 이해인수녀의 청정한 만남..
 

법정 스님과 이해인 수녀님의 만남에 대한 일화를 읽은적이 있지요.
그 중 둘이 만남을 가졌는데
다른 일행이 빠져버려 두분만이 산책길에 올라
조금 어색헀다는 수녀님 글을 읽으며
그 정경이 떠올라 말간 웃음이 배어 나왔습니다.
초록이 짙은 숲길을, 
먹색 승복을 입은 스님과
검은 수녀복을 입은 수녀님이 찬찬히 걸어 가는 모습이 떠올라서요.
그리고 추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여 불자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하여
스님과 편지 쓰기가 힘이 들었다는 이야기도...
이 두분의 애틋한 정에 훼방(?)을 놓은
여불자는 누구였을까.
이 글을 읽으며,
나는 두분의 너무도 사람다움이 아주 사랑스럽게 비쳐졌습니다.
법정스님 께서 
젊은 시절 
어떤 해맑은 수녀님에게 아주 짧은 순간 
마음이 흔들린적이 있다고 말 한 적이 있습니다.
 
 

 

 

       길상사의 시민모임 ‘맑고향기롭게’ 가

이해인 수녀가 보내온 법정스님 추모글을 공개했다.

 

2008 년 암 판정을 받은 이해인 수녀는

현재 부산 광안리 근처의 성 베네딕토 수녀원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이해인 수녀의 추모글 전문이다.

 

 
이해인 수녀의 추모글(전문) 

언제 한번 스님을 꼭 뵈어야겠다고 벼르는 사이 
저도 많이 아프게 되었고 스님도 많이 편찮으시다더니 
기어이 이렇게 먼저 먼 길을 떠나셨네요.

2월 중순, 
스님의 조카스님으로부터 스님께서 많이 야위셨다는 말씀을 듣고 
제 슬픔은 한층 더 깊고 무거워졌더랬습니다. 
평소에 스님을 직접 뵙진 못해도 
스님의 청정한 글들을 통해 우리는 얼마나 큰 기쁨을 누렸는지요!
우리나라 온 국민이 다 스님의 글로 위로 받고 
평화를 누리며 행복해했습니다. 
웬만한 집에는 다 스님의 책이 꽂혀 있고 개인적 친분이 있는 분들은 
스님의 글씨를 표구하여 걸어놓곤 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스님의 그 모습을 뵐 수 없음을, 
새로운 글을 만날 수 없음을 슬퍼합니다.
'야단맞고 싶으면 언제라도 나에게 오라'고 하시던 스님. 
스님의 표현대로 '현품대조' 한 지 꽤나 오래되었다고 하시던 스님. 
때로는 다정한 삼촌처럼, 때로는 엄격한 오라버님처럼 
늘 제 곁에 가까이 계셨던 스님.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수행자라지만 이별의 인간적인 슬픔은 
감당이 잘 안 되네요.
어떤 말로도 마음의 빛깔을 표현하기 힘드네요.
사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워 편지도 안 하고 
뵐 수 있는 기회도 일부러 피하면서 살았던 저입니다.
아주 오래전 고 정채봉 님과의 TV 대담에서 스님은 
'어느 산길에서 만난 한 수녀님' 이 
잠시 마음을 흔들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고백을 하신 일이 있었지요. 
전 그 시절 스님을 알지도 못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수녀님 아니냐며 항의 아닌 항의를 하는 
불자들도 있었고 암튼 저로서는 억울한 오해를 더러 받았답니다.
1977년 여름 스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구름모음 그림책도 
다시 들여다봅니다. 
오래전 스님과 함께 광안리 바닷가에서 조가비를 줍던 기억도, 
단감 20개를 사 들고 저의 언니 수녀님이 계신 가르멜수녀원을 
방문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어린왕자의 촌수로 따지면 우리는 친구입니다. 
'민들레의 영토' 를 읽으신 스님의 편지를 받은 그 이후 
우리는 나이 차를 뛰어넘어 그저 물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담백하고도 아름답고 정겨운 도반이었습니다. 
주로 자연과 음악과 좋은 책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나누는 
벗이었습니다.
"…구름 수녀님 올해는 스님들이 많이 떠나는데 
언젠가 내 차례도 올 것입니다.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이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그날 헛되이 살지 않으면 좋은 삶이 될 것입니다…
한밤중에 일어나
(기침이 아니면 누가 이런 시각에 나를 깨워주겠어요) 
벽에 기대어 얼음 풀린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이 자리가 곧 정토요 별천지임을 그때마다 고맙게 누립니다…"
2003년에 제게 주신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어쩌다 산으로 새 우표를 보내 드리면 
마음이 푸른 하늘처럼 부풀어 오른다며 즐거워하셨지요.
바다가 그립다고 하셨지요. 
수녀의 조촐한 정성을 늘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도 하셨습니다. 
누군가 중간 역할을 잘못한 일로 
제게 편지로 크게 역정을 내시어 저도 항의편지를 보냈더니 
미안하다 하시며 그런 일을 통해 
우리의 우정이 더 튼튼해지길 바란다고, 
가까이 있으면 가볍게 안아주며 상처 받은 맘을 토닥이고 싶다고, 
언제 같이 달맞이꽃 피는 모습을 보게 불일암에서 
꼭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이젠 어디로 갈까요, 스님. 
스님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가슴속에 
자비의 하얀 연꽃으로 피어나십시오.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둥근달로 떠오르십시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 맑은편지] 


 

 

 

       법정 스님께...


 

 


언젠가 제가 감당하기 힘든 일로 괴로워할 때
회색 줄무늬의 정갈한 한지에 정성껏 써보내 주신 글은
불교의 스님이면서도

어찌나 가톨릭적인 용어로 씌어 있는지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년 전

저와 함께 가르멜수녀원에 가서 강의를 하셨을 때도
'눈감고 들으면 그대로 가톨릭 수사님의 말씀'이라고
그곳 수녀들이 표현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왠지 제 자신에 대한 실망이 깊어져서

우울해 있는 요즘의 제게
스님의 이 글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잔잔한 깨우침과 기쁨을 줍니다.

 

 

어느해 여름,
노란 달맞이꽃이 바람 속에 솨아솨아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모습을 스님과 함께 지켜 보던 불일암의

그 고요한 뜰을 그리워하며 무척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이젠 주소도 모르는 강원도 산골짜기로 들어가신 데다가

난해한 흘림체인 제 글씨를 늘처럼 못마땅해 하시고

나무라실까 지레 걱정도 되어서

아예 접어 두고 지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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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밝은편지]

이해인 수녀님께...

 


산에는 해질녘에 달맞이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겸손한 꽃입니다.
갓 피어난 꽃 앞에 서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심기일전하여 날이면 날마다 새날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그 곳 광안리 자매들의 청안(淸安)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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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커피-이해인-

 

어느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날 이런 마음을 
들어 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 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친구여! -법정스님-


 

나이가 들면

설치지 말고 미운소리, 우는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 소리,불평일랑 하지를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 척,

 

 

어수룩 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하다오

친구여!
상대방을 꼭 이기려고 하지 마소
적당히 져 주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친구여!
돈,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친구여!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은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
 
옛 친구를 만나거든 술 한 잔 사주고
불쌍한 사람 보면 베풀어주고
손주 보면 용돈 한 푼 줄 돈 있어야
늙으막에 내 몸 돌봐주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오
우리끼리 말이지만 이것은 사실이라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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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암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님 빠른 쾌유를 빕니다*♡*◆
 
 

 

 

 

 

 

법정스님 1주기…30년 우정 나눈 이해인 수녀 인터뷰

 

죽음 말고 녹스는 삶 걱정하라 하셨죠
중도 지키려 노력했기에 종교넘은 우정 가능해
어린왕자 20번 넘게 읽으신 스님은 청정한 소년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고,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지체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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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에 타들어가는 마지막까지 `무소유`를 실천한 그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돈다.

비움으로써 오히려 넉넉하고 행복한 삶을 산다는 가르침을 주고 떠난 법정 스님.

스님 입적 1주기인 28일(음력 기준)을 맞아 종교와 성은 다르지만 같은 수행자이자

청빈(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는 이해인 수녀(66ㆍ부산)에게 전화를 걸었다.

30년 넘게 우정을 맺은 그를 통해 스님의 무소유 삶과 정신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다.

세레명 `클라우디아`로 스님에게서 `구름수녀님`이라고 불렸던 수녀는

 "암 환자지만 더 나빠지지 않은 것을 감사하며 살고 있다"며 기억을 서서히 되돌렸다.


-`스님이 곁에 없구나`라는 느낌은 언제 받으시는지요.

▶스님의 부재를 슬퍼하는 국내외 독자들의 편지를 받을 때, 스님의 모습이 새겨진 책갈피를 볼 때,
`맑고 향기롭게` 소식지에 스님의 새 글이 아닌 옛 글이 실려 있는 것을 볼 때 스님이

 

이 세상에 안 계신 일이 더욱 실감되곤 합니다.



-1976년 `민들레 영토`로 인연을 맺으신 뒤 30년 넘게 우정을 나눈 비결은 무엇인가요.

▶너무 자주 연락한다거나 지나친 통교보다는 늘 서늘하고 지혜롭게 중도를 지키려고 노력했기에

긴 세월의 우정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주고받는 편지에도 개인의 어떤 감정보다는

주로 자연이나 좋은 책에 대한 이야길 더 많이 하였지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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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글씨를 늘 흘려쓰는 버릇이 있어 편지를 보내면 해독하기 힘들다고,

수행자는 글씨도 늘 반듯하고 단정해야 한다며 걱정하셨지요.

그러고도 너무 심하게 꾸지람했다 싶으면 후에 그 덕에 대충 읽어버리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위로를 해주시기도 했답니다.

대범하고 냉정한 듯 보여도 스님의 여린 속마음이 읽혀지곤 하였지요.

절보다는 성당 쪽에서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름 없는 순례자`라는 책을 구해

보내달라거나 영화 `갈매기의 꿈` 주제음악이 담긴 음반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제게 하기도 하셨습니다.
 


-수행자가 아닌 `인간 법정`은 어떤 분이었나요.



▶`야단 맞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뜻은 언제라도 기꺼이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도반임을 내비친 표현이라고 여겨집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스무 번도 넘게 읽고 수십 권을 사서 선물했다는 내용이

 `영혼의 모음`에도 나오듯 스님은 늘 청정하고 맑은 동심을 지니셨고,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사신 분이셨습니다.
 


-스님 글 중에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좋은 글들이 많지만 요즘은 특히 `아름다운 마무리`에 나오는 이 구절이 마음에 남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다."



-같은 종교가 아닌 다른 종교 수행자와의 친분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우게 되나요.


▶타 종교인과의 만남을 통해 막연히 추측으로 알고 있거나

배타적인 선입견으로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존경과 이해를 더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가능하면

서로 자주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수녀님과 가까웠던 김수환 추기경과 장영희ㆍ박완서 선생님이

최근 몇 년 사이 세상을 떴습니다. 죽음이란 어떤 걸까요.

 



▶`죽음이 삶 속에 숨어 있네`라고 외칠 만큼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이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죠.

바로 며칠 전에 만나서 웃고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을 시시로 경험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스님의 무소유 삶은 우리 사회에 큰 가르침을 줬습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에서 법정 스님이 하신 말씀인데 참 좋지 않은가요.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길 바라는 것을 내가 먼저 해 줄 수 있는 선선한 사랑과 용기를 지니고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열심히 걸어가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것에서도 큰 감사를 발견할 수 있는 소박함을 지니고,

그러기 위해 내면을 가꾸는 명상과 기도도 꾸준히 하면서 말입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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