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독특한 위기관리능력
조미예씨가 만든 잼있는 동영상을 중간쯤에 집어넣었는데
유씨형제들의 장난치는 천진한 모습을 올렸기에 이곳에 옮겼습니다.
아주 잼있습니다. 재생해서 보세요.코매디보다 더 잼있는 동영상입니다.
류현진의 독특한 위기관리능력
출처 민기자 칼럼 입력 2014.06.02 11:32 수정 2014.06.02 13:07
1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전에서 류현진(27)은
올 시즌 가장 많은 10개의 안타를 허용했습니다.
홈런은 내주지 않았지만 2루타가 2개 포함됐고 연타도 4번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류현진은 6이닝 10안타라는 많은 안타를 맞으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며 단 2실점으로 막았고, 타선 지원에 힘입어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습니다.
다저스 타선은 올해 최다인 12득점을 올리며 최근 3연패 기간 동안
총 6득점의 빈곤에서 벗어났습니다. 시즌 득점권 팀 타율 2할5푼을 겨우 넘기고
특히 3연패 동안에 득점권에서 1할5푼6리(32타수 5안타)에 허덕이던 타선은
이날 득점권 15타수 8안타의 맹타로 주자들을 불러들였습니다.
헨리 라미레스가 2홈런 5타점, 맷 켐프의 2안타 2타점은 희소식입니다.
< 1일 경기에 앞서 류현진 등판 피츠버그전을 광고하는 사진입니다. ⓒ다저스SNS >
경기 후 매팅리 감독의 표현이 재미있었습니다.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는 않는(bends but doesn't break) 류현진'이라고
이날 피칭을 표현했습니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했다는 뜻입니다.
사실 최고의 위기관리능력은 아예 위기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지난번 신시내티전에서 7회까지 퍼펙트게임을 이어갔던 것처럼.
그러나 살면서 필연적으로 닥치는 위기를 아예 피해갈 수 있는 이는 없고,
그러자면 어떻게 위기에 대처하고 넘기느냐가 중요합니다.
만약 1일 피츠버그와 3차전이 전날 2차전처럼 팽팽했다면(다저스 1-2 패배)
류현진의 경기 내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많은 안타를 허용하지도, 주자를 내보내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느냐는 반론도 나올 법 하지만 '투수 류현진'의 능력으로는
대부분 경우 그것이 가능해 보입니다. '강약조절능력'은 수치로는 잡히지 않는
류현진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RYU REPORT'에는
늘 '경기 지배력'과 '마운드에서의 대범함', 그리고 '강약조절능력'이 특기 사항으로 적혀있습니다.
매팅리 감독 표현의 의미가 바로 강약조절능력,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조절이 마음먹은대로 잘 되는 날이 훨씬 많다면 그건 분명히 특별한 능력입니다.
이날 전체적인 구속은 지난달 27일 신시내티전에 비해 분명히 떨어졌습니다.
1회 1번 타자 해리슨에게 던진 초구 속구의 구속은 143km로 지난 경기에서는
8회 가서야 한두 번 겨우 나온 느린 구속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도 지난 경기의 평균 강속구 구속이 148km였던 반면에
이 경기는 145km로 시즌 평균 145.3km보다도 약간 떨어지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최고 구속은 151km가 나와 필요할 때는 구속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회 첫 안타를 맞고 나자, 최고 구속은 146.5km였지만 묵직함에서는
타자들을 압도한 속구 위주로 2번 워커, 3번 맥커친, 4번 산체스를 모두 범타 처리했습니다.
워커는 11경기 연속 안타(3할5푼6리)에, 작년 NL MVP 맥커친은
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이 3할5푼에 OPS가 1.150으로 리그 1위의 좌투수 킬러입니다.
플래툰으로 왼손 투수 때 주로 1루수로 나오는 4번 타자 가비 산체스 역시
좌투수 상대로 3할6푼4리에 2홈런, 2루타 6개로 좌투수에 특별히 강한 타자입니다.
류현진이 이 세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자 다저스는 1회말 곧바로
라미레스와 켐프의 적시타가 터지며 2-0으로 앞섭니다.
가장 수비 쉬프트를 선호하는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의 수비 이동이
계속 뚫리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2점을 업은 류현진은 2회부터 시종 여유 있는 피칭으로 경기를 이끌어갑니다.
안타를 맞아도 왠지 크게 불안하지 않은 이유는 이 투수에게도 풍겨 나오는
'보디랭귀지'를 팬들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운드의 투수가 불안해하고
자신감이 떨어지면 상대 타자와 동료들도 바로 알지만
경기를 관전하는 팬들에게도 그 느낌이 전달됩니다.
어쩌면 이것이 '포커페이스'에 능한 류현진의 또 다른 강점일 수도 있습니다.
투수도 사람이기에 연타를 맞으면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지만,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그의 표정으로는 상황을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흔들리지 않아'라는 것을 무표정으로 보여주는 능력.
2회 2사 후에 7,8번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상대 투수를 유격수 땅볼로 끊어낸 류현진은 3회초 1,2,3번을 삼자범퇴로 끊었습니다.
이날 피츠버그의 2~5번까지 중심 타선을 상대로 류현진은 12타수 0안타 3삼진을 기록했습니다.
강해야 할 때 강했음을 잘 보여줍니다. 3회초 삼자범퇴 후 다저스 타선은 3회말 4점을 더 뽑습니다.
4회초 2사 후에 7번 타바타의 우측 강습 땅볼을 1루수 곤살레스가 잘 잡았지만
송구 과정에서 호흡이 잘 맞지 않아 내야 안타를 내준 후에 8번 머서에게 좌측 선상 2루타를 맞고
1실점했지만 다저스는 4회말 대거 5점을 뽑으며 경기 분위기를 사실상 결정짓게 됩니다.
사실 이날 최대 고비는 5회초였고 되짚어볼 대목입니다.
선두 타자는 바뀐 투수 젠마 고메스.
그런데 류현진은 고메스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NL 경기에서 상대 투수에게 안타 혹은 볼넷을 내주는 것의 심리적인 데미지는 상당합니다.
개중 잘 치는 투수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쉬어가는 대목입니다.
특히 선두 타자가 투수라면 아웃 카운트 하나 그냥 잡고 간다는 생각을 모두 하게 되는데
덜컥 안타를 맞으면 화도 나고 창피하기도 하고 심정이 복잡해집니다.
곧바로 1번 해리슨의 좌측 2루타로 무사에 주자는 2,3루가 됐습니다.
지난 시즌 30경기에 나선 류현진은 상대 투수에게 6개의 안타를 허용했습니다.
류현진도 12안타를 쳤고 2할7리를 기록했을 정도로 힘을 냈으니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
그런데 올 시즌에 10경기에서 류현진은 벌써 투수에게 7안타를 맞았습니다.
(버넷에게 3안타를 맞은 것이 크긴 했습니다.) 상대 투수와 맞설 때
변화구를 구사하면 체신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상대 투수가 타석에 서면 어떤 방법으로든 반드시 잡아낸다는 것이 당연시 됩니다.
그런데 고메스를 상대로 류현진은
138km-142km-143km의 평범한 속구를 연속 던지다가 우전 안타를 맞았습니다.
올 시즌 류현진 피칭에서 굳이 흠을 잡으라면 투수 타석에서의 집중력입니다.
그러나 이 고비에서 유격수 라미레스의 정확한 점프 캐치와 3루수 터너의 홈 송구 선택 등
수비 도움을 얻어 류현진은 실점 없이 큰 위기를 넘겼습니다.
수비와 타선이 모두 활발하게 류현진을 도와준 보기 드문 날이었습니다.
< 모처럼 타선이 폭발한 가운데 류현진은 시즌 최다 10안타를 내줬지만
2실점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시즌 6승, 통산 20승째를 거뒀습니다. ⓒ다저스SNS >
6회에 다시 하위 타선에서 3안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준 아쉬움이 있지만
워낙 큰 점수 차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대량 실점을 막는데 주력한 전략은 잘 통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예리한 제구력이 큰 몫을 합니다.
대량 점수가 나는 상황에는 반드시 끼는 것이 실책이나 사사구입니다.
홈런 같은 장타가 아니면 안타를 3개는 쳐야 점수를 내는 것이 야구입니다.
류현진 같은 정상급의 투수에게 한 이닝에 3안타를 뽑는 것은 좀처럼 어렵습니다.
그러나 실책이나 사사구가 중간 중간 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3아웃이면 끝나는 이닝을 상대에게 4아웃, 5아웃까지 주는 실책이나
혹은 야수들이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사구가 나오면 안타 한 두 개로도
대량 득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날 류현진을 보면 '차라리 안타를 맞지 볼넷은 주지 않겠다.'라는 의식이 뚜렷했습니다.
물론,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닌데,
류현진은 지난 두 경기 13⅓이닝 동안 내준 사사구는 0입니다.
복귀 후 세 경기 19⅓이닝 동안에 볼넷은 딱 1개이고 몸에 맞는 공은 시즌 내내 1개뿐입니다.
류현진은 압도적인 강속구를 앞세워 삼진을 양산하는 투수는 아닙니다.
9이닝 당 삼진은 7.89개로 준수하고 NL 투수 중 22위로 탈삼진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그런데 투수에게 아주 중요한 삼진/볼넷의 비율을 보면 4.25:1로 NL 14위로 올라섭니다.
15개 팀임을 감안하면 한 팀에 한 명 정도의,
최고로 삼진/볼넷 비율이 좋은 투수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올 시즌 내준 12볼넷은
NL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 5번째로 적습니다. 제구력이 그만큼 발군입니다.
특히 자신의 4가지 구종을 모두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는 제구력,
그것이 류현진의 위기관리능력에 큰 몫을 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필요할 때 원하는 구종을 원하는 곳에 꽂을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은 늘 강조되는데,
자신의 구종 모두를 그렇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의 투수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시즌 초반 무리한 일정, 어깨 염좌, 특정 경기에서의 부진 등이 이어지면서 8실점,
6실점 경기를 겪었던 류현진은 DL에서 3주 이상 휴식 후 건재하게 돌아왔습니다.
3경기에서 연승을 거두며 시즌 6승째를 거뒀습니다. 세 경기 모두 퀄리티 스타트에,
퍼펙트게임이라는 대기록을 8회초까지 끌고 가기도 했습니다.
연속 5일 간격 등판이었다는 점에서 1일 경기에서는
약간의 체력 저하 증세가 나오나 싶기도 했지만 그 방식에 점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뷔 후 40경기 만에 20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리고 있습니다.
불펜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박찬호나 만 20세에 데뷔한 커셔와의 직접 비교는 조금 어폐가 있지만
그래도 박찬호가 구원 포함 86경기 만에 20승을 거뒀고,
커셔는 67경기 만에 20승을 거둔 것을 보면 류현진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경기는 4일 휴식이 아닌 5일 휴식 후에 투수들의 무덤인
콜로라도 덴버의 쿠어스필드로 갑니다. 과연 7일 오전 9시40분으로 예정된 이 무대에서
류현진이 어떤 드라마를 펼쳐낼지 대단히 궁금합니다.
이 기사는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Wikipedia, minkiza.com 등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