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목사와 이어령 박사의 대담
이재철 목사와 이어령 박사의 대담
[미션라이프] 정의(正義)가 시대적 화두다. 사회내에 온존하는 비리 부정과 청년실업, 경제양극화 등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여기다 총선 대선 일정까지 겹치며 정의는 주요 정치적 슬로건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성경은 정의를 어떻게 다루고있는가.
최근 이어령 박사와 이재철 목사가 대담을 통해 기독교적 정의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지난 29일양화진문화원이 진행하는 ‘2012년 성서 스토리텔링’ 코너에서 만난 두 사람은
다윗과 압살롬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펼쳐갔다.
△이어령=다윗은 사울과의 관계에서 범죄한 사울이 계속 죽이려하지만 배신하지 않고
몇 번이나 질투속에서도 사무엘마저 버린 사울을살려준다. 나중에 압살롬과의 관계에서는
다윗 자신이 남의 여자를 손대고 그 남편까지 죽이고 여러 재판에서도 공정하지 못하는 등사울처럼 범죄하게 된다.
그러자 압살롬은 정의개혁을 부르짖으며 아버지 다윗과 대립하는 자리에 선다.
다윗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인간관계와 압살롬의 합리적이고 논리중심적 세계가 아주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다.
△이재철=다윗이 골리앗을 물맷돌로 물리친 것을 보면 하나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일을 시키실때 우리에게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으로 역사하신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일을 하고 소명을 따라 살 때 ‘돈이 있어야 하나님 일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나한테 지금 있는 것으로 주님을 위해 살려할 때 주님의 역사가 우리를 통해 이뤄진다.
△이어령=오늘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압살롬과 다윗에 대한 하나님의 태도이다.
구약은 정의의 하나님이라고 하는데 하나님이 과연 두 사람의 죄를 마땅히 단죄하셨는가.
우리가 생각하면 정의의 하나님은 압살롬보다 다윗을 더 심판하셨을 것 같은 데
하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공의의 압살롬이 아니라 다 잃고 추락해버린 다윗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셨는가.
그런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 하나님은 모든 것을 옳고 그름을 따져 이성적으로 심판하시는 하나님이신가
아니면 구제자로서의 하나님이신가. 인간들은 세속적인 정의의 하나님, 심판의 하나님만을 내세우는데
이것이 큰 잘못이고 오늘날 정치나 세상이 모두
이렇게 된 것이 바로 이 문제가 해결안되기 때문이다. 이걸 모르면 크리스천 정신을 모른다고 본다.
△이재철=인간의 심판은 압살롬처럼 죽이는 심판이고, 하나님의 심판은 당신이 죽는 심판이다.
△이어령=오늘날에는 신의 최고영역을 심판자로서만 받아들이고 있다.
신약이고 구약이고 관통하는 것은 정의의 심판뿐 아니라 우리를
구제해주는 사랑과 죄를 지어도 끌어안아주는 힘이다. 고발하고 정죄하기보다 감싸주는 하나님이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을 심판의
하나님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 정의를 뛰어넘어 안아주고 용서해주고 하는 것이 하나님이다.
그래서 기독교의 정의와 세상의 정의는 다르다.
△이어령=제가 기독교를 믿지 않았던 것도 그런 하나님을 모르고 압살롬처럼 논리와 정의를 따지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에덴동산 이야기만 봐도 피도 눈물도 없는 준엄한 심판자가 아니라 구제의 길을 터주시는 하나님이다. 한 손으로 치고 한 손으로
내미시는 분이다. 이 마음을 모르면 예수님 마음도 모르고 구약과 신약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하나님의 마음과 정의를 모르는 것이다.
△이재철=압살롬의 관점이냐 다윗의 관점이냐보다 하나님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인생의 최전성기에 남의 여자를
데려다 불륜을 저지른 후 자기 죄를 깨닫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범죄했다고 다윗은 고백했다. 다윗의 위대한 점이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바로 용서를 선포하셨다. 그러나 하나님의 용서가 반드시 징계를 면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을 용서는
하시지만 ‘네 집에서 칼이 떠나지 않으리라’는 등으로 징계하심도 잊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반드시
징계하신다. 징계가 없으면 같은 죄를 반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윗을 징계하는 도구로 쓰임 받은 것이 아들
압살롬이었다. 이를 알고 있던 다윗은 괴로웠고 죄가 있지만 죽일 수 없었다.
△이어령=물론 압살롬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고 다윗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하나님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정의를 넘어선 사랑이고 연민이고 더 큰 하나의 것이 있는 데 옳고 그름만 갖고 판단하면 세속적 정치 논리에
빠지기 쉽다. 세상의 많은 역사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성서를 인간의 입장보다 하나님의 입장으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철=정의에 사랑이 수반되지 않으면 폭력이 되고 정의가 수반되지 않는 사랑은 아편이듯 하나님의 사랑은
당신이 죽는 사랑이고
그래서 하나님의 정의는 생명으로 드러난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능력의 심히 큰 것이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후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