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님께-지성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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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님께 !
한국축구대표팀을 맡아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히딩크 감독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대표팀 막내 박지성(21ㆍ교토)이 국민과 선수들을 대신해히딩크 감독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다.
히딩크 감독님께
할아버지를 만난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별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동안 한국대표팀을 맡아 힘든 일도 많았을 텐데 선수들에게는 내색도안 하시고
묵묵히 지도해 주셔서 월드컵 4강이란 신화를 만들어 주신 거정말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큰 영광을 그라운드에서 느끼게 해 주신 점 정말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자상함과 축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카리스마는 영원히 잊지 못할거예요.
포르투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서 저는 결승골을 뽑아낸 뒤 벤치로 달려가 할아버지 품에 와락 안겼었죠.
사람들은 마치 아버지와 아들이 포옹하는 자연스럽고도 감동적인 장면이었다고 얘기하지만
저는 감독님이 할아버지처럼 느껴져요.
사실 그땐 할아버지가 먼저 제게 달려오라는 사인을 보내셨죠.
골이 들어가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벤치를 바라보는 데 감독님이 기쁨에 넘쳐 손짓을했고
저는 “할아버지가 나를 찾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송종국형도 감독님이 잘못을 지적할 땐 호랑이 같지만 농담과 쇼맨십을 섞어가며
부드럽게 사기를 북돋을 때는 할아버지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곤 했지요.
감독님이 제 이름을 처음 불러주신 때를 기억하세요.
감독님이 사령탑을맡으신 지 보름 남짓한 작년 1월말 우리는 홍콩 칼스버그컵에 출전했지요.
어느날인가 선배 형들은 모두 외출을 했고 저는 하릴없이 호텔 로비를 어슬렁거렸죠.
그때 감독님이 다가와 “지성, 나이트클럽 가는데 같이 가자”고 권했죠.
심심해 보이는 제 모습을 보고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저는 굉장한 편안함과 함께
“감독님이 내게 큰 관심을 갖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곤 자신감이 생겨 났어요.
그 이후에도 감독님은 대표팀 막내인 저에게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셨죠.
사실 저는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감독님의 복잡하기 짝이 없는 전술ㆍ전략을 이해하는 데는 적잖이 힘들었어요.
또 포지션에 따른 전술변화와세밀한 마무리를 지적해주신 감독님의 뜻에 맞추기 위해 무척 애를 썼구요.
그래서 이제는 축구가 무엇인지 대충은 알 것 같아요.
이제 할아버지는 떠나지만 언젠가는 다시 뵐 날이 오리라 믿고 있어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저도 조금은 더 성장했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훈련을 쌓아 유럽무대에 당당히 서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자연히 할아버지와도 만날 수 있잖아요. 그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할아버지가 어느 길을 택하시더라도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생활이 좋은 추억으로 영원히 간직하시기를 빕니다.
할아버지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독님 화이팅.
박지성 올림.
"제자 박지성에게"
내가 처음 자네를 만났을 때는 아직 어린 선수였지.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우수한 자질을 지녔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더군,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눈부시게 성장했고 날이 갈수록 자신에 찬 모습을 보여주었지.
월드컵이 끝나고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 합류한 자네는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 당연한 일이었어.
모든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었으니까, 낯선 나라에 알지 못하는 언어, 생소한 문화, 몸에 배지 않은 훈련방식...
무엇보다 3년 이상 쉬지 않고 경기를 해온 탓에 몸에 무리가 간 것이 자네를 더욱 힘들게 했지.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고통당하면서도 기술진이나 의료진에게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
역시 박지성다운 행동이었다고나 할까.
묵묵히 , 아무런 불평 없이 최선을 다해 뛰고 또 뛰는 것 말이야.
클럽 안팎에서 들려오는 자네에 대한 불만의 소리들도 적지 않았어. 하지만 자네는 해냈어.
시련의 시기를 견뎌내고 마침내 PSV에서 가장 특별한 선수, 가장 사랑받는 선수 가운데 하나로 우뚝 섰어,
PSV서포터들과 에인트호번 시민들도 열광했지.
자네가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가 되어 PSV를 떠날 때,
팀의 동료들과 팬들은 그 동안 온몸을 던져 보여준 투혼과 헌신에 뜨거운 신뢰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네.
앞으로도 묵묵히 아무런 불평없이 최선을 다해 뛰는 내 제자 박지성을 기대하겠네.
박지성 자서전 중에서
그런데 그 날은 달랐다 미국 골드컵 때라고 기억된다
나는 왼쪽 다리에 부상을 입어 시합에 나가지 못 해 텅 빈 탈의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여야 할 그 중요한 때 에 하필이면 부상을 당했나 싶어
애꿎은 다리만 바라보며 맥이 빠져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히딩크 감독님이 통역관을 대동하여 나타났다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오신 감독님은 영어로 뭐라고 말씀하셨다 무슨 말인지 몰라 통역관을 바라보았다
"박지성 씨는 정신력이 훌륭하대요 그런 정신력이면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얼떨떨했다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감독님은 뒤돌아나가셨고 나는 그 흔한 땡큐 소리 한 번 못 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늘 멀리 있는분 같기만 했는데
그런 감독님이 내 곁에 다가와 내 정신력이 훌륭 하다는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았다
더욱이 그 말은 내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정신력....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나일지라도 오래전부터 내가 믿어왔던 것은 죽는 한이 있어도 버티겠다는 정신력이었다
히딩크 감독님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여드름투성이 어린 선수의 마음을 읽고 있기라도 한 듯
정신력이 훌륭하다는 칭찬을 해주셨던 것이다
그 말은 다른 사람이 열 번 스무 번 축구의 천재다 신동이다 하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내 기분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월드컵 내내 그날 감독님이 던진 칭찬 한마디를 생각하여 경기 에 임했다
내 정신력이면 분명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공을 몰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달렸다.
남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나였지만 히딩크 감독님이라면 어디선가 또 나를 지켜보며
조용한 눈빛으로 격려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자신감이 생겨났다.
만약 내가 히딩크 감독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이름 꽤나 알려진 선수가 되었다거나 넉넉한 형편이 되었다 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전보다 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내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감독님이 던진 채 1분도 안 되는 그 말 한마디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나머지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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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