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곰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나 봉고차를 가로막는 게 아닌가.
헬리콥터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여기저기서 수많은 곰들을 볼 수 있었다.
서울을 떠날 당시엔 과연 곰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현지에 가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다. 반도의 동쪽에 있는 카만도르에선 섬 전체를 새까맣게 덮은 물개떼와 마주쳤다.
물개들이 한창 짝짓기에 열중했던 때라 그들의 생식과정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 옆에선 물개의 태반을 차지하려는 갈매기들의 생존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취재진은 6월 중순부터 한달 가량 현지에 머물며 원시자연의 장관을 생생하게 찍어왔다.
러시아 극동부에 위치한 캄차카는 1991년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곳.
29개의 화산이 아직도 불을 뿜고 있고 해마다 전세계 연어의 절반 이상이 찾는 천혜의 장소다.
수려한 풍광 속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불곰.물개.바다사자.연어.물새들을 만날 수 있다.
일례로 큰소리를 지르며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바다사자의 모습은 무더위를 말끔하게 씻어준다.
또 수컷의 '능력' 에 따라 암컷을 거느리는 물개떼에선 자연의 냉혹한 측면이 고스란히 확인된다.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순록을 주식으로 하는 유목민 에벤족은
순록보호를 위해 더 이상 새끼를 못 낳는 암컷이나 늙은 수컷을 잡아 먹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캄차카에도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중고차가 내뿜는 매연이
눈 덮인 화산을 가리기 시작했고,
값비싼 모피를 찾는 상인들 때문에 물개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