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하원 연설서 한미동맹 역설, 원자력ㆍ비자쿼터 협조요청
(워싱턴=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미국의 경의를 표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미 포토맥 강변의 한국전쟁 기념공원 참전기념비에 새겨진 이 비문을 인용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미 의사당에서 올해로 60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더불어 동맹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기회를 갖게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6ㆍ25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이면에 미국의 도움이 있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 '참전용사ㆍ주한미군 3代' 거론하며 한미동맹 60년 사의 =
박 대통령은 이틀전 찾은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 읽은 비문을 인용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바친 참전용사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미국인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존 코니어스 의원 등 합동연설을 듣고있던 상하원 의원 중
참전용사 4명의 실명을 일일이 거명하며 거듭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1953년 6.25 전쟁의 총성이 멈추었을 당시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이제 세계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무역규모 8위의 국가로 성장했다"며
"그런 성취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한국인들은 독일의 광산에서, 월남의 정글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많은 땀을 흘려야 했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소개했다.
또 "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존경스럽고
그 국민들의 대통령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운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특히 미국은 가장 가깝고 좋은 친구였다. 미국의 우정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 기립박수받는 박 대통령
- 기립박수받는 박 대통령
- (워싱턴=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도중
-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2013.5.9 dohh@yna.co.kr
그러면서 "한미 동맹의 60년을 웅변하는 한 가족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면서
3대가 차례로 한국전쟁 참전과 주한미군 복무 등을 한 데이비드 모건 중령 일가를 소개하면서
"3대가 함께 한국의 안보를 지켜낸 모건 가족은 한미 동맹 60년의 산증인"이라고 치하했다.
◇ '핵무기없는 세상'
ㆍ한미FTA 지지, 원자력협정ㆍ비자쿼터 실리 추구 =
박 대통령은 미국의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에 공감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필요로 하는 원자력협정과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라는 실리를 얻기 위한 노력도 펼쳤다.
박 대통령은 "2010년 미국에 이어 2012년 서울에서 제2차 핵안보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핵무기 없는 세상'을 구현하려는 의지와 비전을 확인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은 핵무기의 직접적인 위협 속에 놓여있는
한반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확고한 비확산 원칙 하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세계 원자력 시장에 공동진출하고 있고 앞으로 선진적이고 호혜적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된다면 양국의 원자력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미FTA를 언급,
"작년 3월에 발효된 한미 FTA는 한미 동맹을 경제를 포함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에 더해 현재 미 의회에 계류 중인 한국에 대한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양국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고 FTA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입는다는 것을
체감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미 의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직접 요청했다.
◇ `21세기 포괄적 전략동맹'
진화 위한 3대 비전ㆍ목표 제시 =
박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이 만들어 나아갈 '함께하는
우리의 미래'(Our Future Together)를 거론하며 3가지 비전과 목표도 제시했다.
- 의회 나서며 악수하는 박 대통령
- 의회 나서며 악수하는 박 대통령
- (워싱턴=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마친뒤
- 의사당을 나서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13.5.9 dohh@yna.co.kr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
▲동북아 지역의 평화협력 체제 구축
▲지구촌 이웃들이 평화와 번영에 기여 등이 그것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견지 의지를 천명하면서, 60년전 남북한 간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 설치된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어 그곳에서 평화와 신뢰가 자라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한미동맹은 한반도에서의 자유와 평화 수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한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통일 한국을 향한 여정을 함께 나설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 공식 실무방문 불구 파격 대우…영어로 30분간 연설 =
박 대통령의 이번 상하원 합동 연설은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6번째다.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은 통상 '국빈 방문'인 경우에 외국 정상 등에게 주어지는 의전절차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공식 실무방문'임을 감안하면 파격적 예우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30분간의 합동 연설을 영어로 진행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보유와 경제발전의 동시 달성이라는 병진노선에 대해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웠다"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는 뜻의
'You cannot have your cake and eat it, too'라는 표현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