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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을 기대한다

까까마까 2013. 6. 12. 15:18

 

 

 

 

유상철 중국 전문기자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을 기대한다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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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지난달 8일 밤 늦게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의회 영어 연설을 보면서다.

박 대통령이 영어를 잘한다고 익히 듣긴 했지만 행여 발음이 꼬이지 않을까,

갑자기 말문이 막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은근히 가슴을 태웠다.



 연설은 무난히 끝났고, 감동적이란 평가도 따랐다.

어떤 이는 영어 실력만큼은

싸이가 한 수 위라는 엉뚱한 트집을 잡기도 했지만

나는 ‘우리 대통령이 참 고생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편한 우리말 두고 왜 굳이 영어 연설을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마음을 사기 위한 애잔한 노력이 아니고 뭔가.

그 나라 말로 소통하려는 건 그 나라와 국민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표시다.

영어 발음에 ‘빠다(butter)’ 맛이 얼마나 나느냐는 중요치 않다.

정작 감동을 주는 건 또박또박 전하려는 성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서울에 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외대에서의 특강을

“같이 갑시다”라는 우리말로 마무리한 게 진한 여운을 남기지 않던가.



 여성인 박 대통령의 연설은

1943년 아시아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미 의회에서 영어 연설을 한

쑹메이링(宋美齡) 여사를 떠올리게 했다.

장제스(蔣介石)의 부인인 그는

“여러분의 말로, 여러분과 같은 마음으로 말한다”

며 미국의 도움을 호소해 기립 박수를 받았다.



 영어를 사용하고 싶은 열정만큼은 장제스의 라이벌

마오쩌둥(毛澤東)도 뒤지지 않았다.

회화 수준엔 이르지 못했지만 영어 단어는 많이 외웠다는 게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전언이다.



 마오는 자신의 영어 공부에 세 가지 이유를 댔다.

첫째는 재미있어서, 둘째는 두뇌 전환을 위해,

셋째는 영어로 된 정치와 철학 서적을 원문으로 읽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마오의 비서 린커(林克)는 가방 속에 늘 마오의 영어 교재를 넣고 다녔다.

마오 자신의 중국어 저작물을 영어로 번역한 것 등이 그의 주요 학습 교재였다.

 

박 대통령은 이 달 마오의 나라인 중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

북핵 해결은 물론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 못지않게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다.

그 중국의 마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
 


 박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고생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국의 심장부 베이징에서 중국어 연설을 하는 것이다.

베이징대학이나 칭화(淸華)대학 등 중국 최고의 명문

캠퍼스를 무대로 한·중 공동 발전의 꿈에 대해

중국어로 연설하는 모습을 그려 본다.



 외국 정상 중에서 이제까지 중국어 연설을 한 사람은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그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뒤 베이징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으며 루커원(陸克文)이란

중국어 이름까지 갖고 있는 중국 전문가다.



 이에 비해 박 대통령은 중국 비전공자다.

그리고 그의 중국어는 EBS 교재를 통해 5년간 독학한 결과다.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이 몇 배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다.



 지난 5년간 MB정부와 편치 않은 관계를 보냈던 중국이

박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겸손하고 편향적이지 않으며 중국어와 중국문화에도

정통해 중국과 보다 소통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도 이제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호의적 보도 일색이다.

어려운 시기에 처했을 때 풍우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를 읽고

마음을 다스렸으며,

『삼국지』의 한 영웅인 조자룡(趙子龍)을 좋아한다는 점 등을 미담으로 소개한다.
 


 그런 중국을 상대로 중국어 연설만큼 효과적인 배려는 없어 보인다.

 반면교사도 있다.

MB정권 때 상하이 총영사로 발령받은 인사가 있었다.

영어 실력이 뛰어난 그는 부임 후 중국인들과의 한 모임에서

영어 연설을 했다.

이게 자존심 강한 상하이인들의 비위를 건드렸다.



 중국어를 못하면 그냥 통역을 두고 한국말로 연설하면 될 것을,

중국 땅에서 웬 영어 연설이냐는 것이었다.

이에 우리 총영사가 한동안 냉대를 받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현재 강조하는 게 중국꿈(中國夢)이다.

그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이 중국꿈이라 말한다.

배경엔 19세기 중엽 이래 서구 열강의 침략을 받아

치욕스러운 100년(百年恥辱)을 보낸 걸 잊지 말자는 외침이 깔려 있다.
 


 그만큼 중국은 외부의 존중에 목말라 한다.

그런 중국을 상대로 한 외국 정상의 중국어 연설은

중국에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박 대통령이 오랫동안 중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면

중국어 원고를 준비해 또박또박 읽거나 아니면

연설의 핵심 부분만을 중국어로 연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요한 건 정성이지 발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은

한국 사회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가 된다.

해방 후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영어 중심의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어는 언제나 입시의 주요 과목이었고

미국에 유학해야 출세하기 쉬운 세상이었다.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은

이런 시대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21세기를 주도하기 위해선,

또 그런 대한민국의 리더가 되기 위해선 영어권과

중국어권 모두를 아우르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산 교육이 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을 편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편집과 음악=씨밀래

출처=웃음과 즐거움이 항상있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