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구름의 평화여
*****
이해인(李海仁 1945 ~ )은 수녀 시인이다.
이 아름다운 글을 쓰는 수도자의 시는 독자가 몰래 엿듣는 듯한
내밀한 고백과 같은,
서정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서정적이면서 명상적이다.
종교와 예술과 삶을 조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시인의 경건하면서도
정갈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욕심을 버리고 당신의 하늘을 날으게 하소서 라고
기원한다.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훨훨 푸른 하늘을 날으겠다고 서원한다.
나의 가난은 사랑을 위한 선택이기에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푸른 하늘같은 평화를 누리며,
욕심없는 새가 되어 인생길 떠나려는 나의 비상에 무개가 주는 슬픔은 없다는 시인의 앞날에
푸른 하늘만끔 맑고 찬란한 한 세생
있을지어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우리가 왜 시를 찾고 시를 읽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해인 수녀는 지상의 모든 대상들과 기도 안에서 만나고, 편지로서
만나고, 그리움
으로서 만난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기도로서, 편지로서,
그리움으로서 다가온다.
“뒤틀린 언어로 뒤틀린 세계를 노래”한 시들이 줄 수 없는
“위안, 기쁨, 휴식,
평화”를 주기에 종파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그는 악기의 소리로 시를 쓴다. 우리를 불안해하지 않고,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감동으로 이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리듬에는 사기(邪氣)나
불화가 없다.
오묘한 화성의 조화,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하다. 평생을
죄지은 자,
상처받은 자들을 감싸 안아 성모 마리아의 마음으로 사랑해온
수도자의 맑디맑은 영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