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퓨터 상식/동식물의 세계

퍼스에서 야생캥거루 만나기 캥거루 3마리/Morialta Conservation Park

까까마까 2013. 7. 24. 19:15

 

 

 

 

 

 

호주와 미국에서 각각 겪은 캥거루 이야기.

아주 잼있습니다.

 

 

 

 

캥거루 3마리

Morialta Conservation Park

 

 

 

 

 

퍼스에서 야생캥거루 만나기 

 

 

호주에 오기 전 내가 상상했던 호주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야생'이었다.

집 밖 공원에 나가면 언제나 귀여운 캥거루가 아기 캥거루를 주머니에 차고 뛰어다니는 그런.

이건 완전히 환상이었다. 나는 지금 호주 서부의 사막 한가운데 건설된 도시,

'퍼스'에 살고 있지만 오피스워크 (자주가는 큰 문구점)에 갈 때마다 화단의 모래가 고운

사막모래처럼 보인다는 사실만 빼면 내가 사막에 건설된 도시에 살고 있다는 점을 잊어버리곤 한다. 

    

 

그렇다.

여기는 완전히 도시이다.

내가 상상했던 '오지(奧地, the wild)'가 아니라 그냥 오지(Aussie)일 뿐이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내가 자라왔던 우리 동네보다도 훨씬 더 발달되고 차도 더 많고 높은 건물도 더 많은,

사람조차도 훨씬 더 많은 그런 곳이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신나는 오지(奧地, the wild)생활을 기대했지만

나에게는 한국보다 더 치열하고 바쁜 그렇지만 별 의미없고 생산적이지도 않은

그냥 오지(Aussie)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도 길가에 큰 나무들이 많다는 것과

집 앞 공원에 앵무새가 산다는 점,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예쁜 새들도 많고 

에버리진이 소리지르고 뭐 이런 것은 크게 생소한 것임에 틀림없다.  

    

 

어쨌든 집 앞 공원에 살고 있을거라고 굳게 믿었던 캥거루를 근 한 달동안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가 캥거루를 직접 만나러 가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물원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고 뒤진 후에야 퍼스에서 야생캥거루들이 서식하고 있는 공원을 알게 되었다.

    

 

 

첫번째는 얀쳅국립공원 (Yanchep)인데 퍼스에서 51km, 

1시간 정도 떨어져있고 하루에 버스가 한 대 밖에 없어서 패스-

두번째는 피날루메모리얼파크 (Pinnaloo memorial park)였다.

 퍼스 역에서 몇 정거장 하지 않는 Whitford 역에서도

10분 정도만 걸으면 된다고 해서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퍼스 역에서 준달럽라인을 따라 4정거장이었던가,

어쨌든 조금만 가면 Whitford 역이 나오는데 그 곳에 내려서 오른쪽으로 나간 후

다리를 건너 그냥 쭉 가다보면 금방 나온다.

    

 

 


  

 

 

 

 


 

 

 

사실 그냥 호주에 흔하디 흔한 공원인 줄 알았는데 이 곳은 조금 다른 곳이었다.   

Memorial Park. 누군가를 기리는 그런 공원이었다.

알고보니 사람들은 이미 하늘로 떠난 자신들의 친구나 가족이 생각날 때면 찾는 그런 곳인데,

돌 하나하나 또는 나무 한 그루마다 어떤 사람들의 친구나 가족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이미 하늘로 떠난 사람이 그리울 때 이 곳에 오면

조금이나마 슬픔을 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처럼 무덤만 덩그러니 있는 곳에 가면 슬프고 그리운 생각이 더 날텐데,

이 곳은 공원처럼 예쁘게 꾸며놓아서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동시에 한국에도 이런 것을 만들고 싶었다)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마다

각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슬픈감정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슬프지않게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도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이지만

나의 슬픈감정 때문에 기쁘게 떠나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 와서 예쁘고 아기자기한 풍경들을 보면서 울면서가 아니라

웃으면서 이미 떠난 사람과 이야기 할 수 있을 듯 싶었다.

    

 


  

 

 

 

 


 

 

 

어쨌든 돌 하나하나에 새겨진 사람들의 이름을 마음 속으로 불러주고는

하늘에서도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나는 캥거루를 찾아나섰다.

ㅋㅋㅋ 공원 안 쪽으로 조금 깊숙히 들어가서야 드디어 캥거루를 만날 수 있었다. 

낯선 사람이 오는데도 캥거루들을 자기 할 일에 바빴다.

짧은 앞발로 등을 긁고, 풀을 뜯어먹고, 깡총깡촐 뛰어다니고!

진짜 야생캥거루를 만난 것이다! 사실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야생캥거루를 만났다!!!!

    

 


 

 

 



 

 

이녀석들, 자세히 보니 무리지어서 다니는데 한 무리당 수컷은 한 마리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집에와서 폭풍검색을 해보았더니 역시 본대로 캥거루는 일부다처제였던 것이었다.

아니, 이놈의 캥거루가!

    

 

긴 꼬리가 참 튼튼하게 보였고 특히 우람한 근육질의 몸매 때문인지

가까이 다가갔다간 훅 맞을 것 같아서 무서워도 가까이 가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이렇게나마 야생캥거루를 보고나니 진짜 호주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퍼스에서 멀지도 않고 이렇게 쉽게 올 수 있었는데!

그 것도 동물원처럼 입장료도 내지 않고!

  

 

 


 

 

사실 캥거루보다는 잘 꾸며진 메모리얼파크에 더 마음이 간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모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어쨌든 야생캥거루 만나기 미션 클리어 :)

   

 

 

 

 

 

 야생 캥거루 3마리

Morialta Conservation Park

 

 

   

 

 

 

 

조그맣게 보이는 사람, 제게 손가락 3개 보여주네요. 캥거루 세마리 있다는 싸인입니다.

조금전에 만난 사람에게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요.

 

 

 

 

 

 

 

눈 깜짝할 사이에 유난히 멋진 캥거루 두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사람을 피해 이 길로 뛰어오는 중이지요.

 

 

 

 

 

 

 

그런데 그만 그 길 한가운데 서있는 저를 발견, 즉시 멈춥니다. 조금 미안했어요.

하지만, 저도 이미 쟤들 볼 기대에 가득차 있었는데 돌아서서 길 비켜줄 수 없었지요..

저는 카메라 눈에 대고 그냥 서 있었습니다.

 

 

 

 

 

 

 

뒤에 엉거주춤 서있는 작은 캥거루, 옆에 길로 갈까.. 

두리번 거리며 살핍니다.

 

 

 

 

 

 

 

이번엔 두녀석 모두 뒤돌아보며, 갈등 중이군요. 뒤에도 사람이 있는데 그리 갈 수도 없었겠죠.

자세히 보니 앞에 있는 큰 캥거루 주머니가 이만저만 불뚝하지가 않습니다.

새끼 한마리 뱃속에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3마리라고 했겠지요.

 

 

 

 

 

 

 

사진 확대해봤습니다

귀여운 아기캥거루 얼굴이 보이네요..ㅎ

 

 

 

 

 

 

 

드디어 결정, 두녀석 모두 용감하게 제 앞쪽으로 뛰어오고 있습니다.

 정말 빠르게 달리네요. 시속 150킬로 넘을 듯합니다.

 

저는 뒤로 몇발자국 물러서서 길을 비켜주는 시늉을 했어요.

그래야 좀 덜 미안할듯도 했고, 나는 너희를 해칠 사람이 아님을 알아라, 뭐 그런 마음이었죠.

 

 

 

 

 

 

 

 

 

이제 정말 제 눈앞까지 왔네요.

수없이 많은 캥거루를 봐왔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멋지게 뛰는 야생 캥거루는 처음입니다.

 

 

 

 

 

 

 

쏜살처럼,

바람처럼,

 

 

 

 

 

 

아, 뒤에 또 사람들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날렵하게, 발도 땅에 닿지 않고 나는듯이 달아나 버립니다.

 

 

 

 

 

 

 

 

한마리는 어디로 갔는지 이미 보이지 않네요.

뒤에 따라가던 작은 녀석도, 눈 깜짝하는 사이에 시야에서 모두 사라졌습니다.

 

두분 흥분되어 곧장 제게 다가옵니다.

 수년간 매일 이길을 산책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캥거루 뛰어가는 모습은 처음 본답니다.

저도 질세라 좀 유난스럽게 맞장구를...ㅎ

   

 

 

 

 

 

 

 

 

 

바로 요기, 가는 중이었지요.

모두 3개의 폭포가 있는데 가장 가깝고 편하게 갈 수 있는 첫번째 폭포입니다.

 

저도 이곳에 가끔 한번씩 왔었고, 마지막으로 작년 초에 다녀갔었지요.

어쩌다 들러봤는데 코앞에서 뛰는, 뱃속에 새끼까지 들어있는 야생 캥거루 만난 것, 

저는 운이 아주 좋은셈이었어요.

 

 

 

 

 

 

나무위에 뭔가 콩만한 것 하나, 코알라입니다.

비 많이 쏱아진 뒤에 풍성하게 불어난 폭포수와 자이언트 동굴, 다섯마리 코알라,

곧 또 보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편집=씨밀래

출처=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