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기자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희안한 경험을 했죠.
그가 돌아와 CNN 방송에 기고한 기사의 요지는 이러했습니다.
스웨덴 언론인이 왜 삭제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던,
그 사진들을 하나씩 삭제 이유를 분석해볼까요 ?.
이 글을 쓴 주성하 기자는 10년전에 탈북한
동아일보 전문기자입니다.
북한 보위부가 삭제한
‘부적절한 사진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주성하 동아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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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제가 쓴 기사입니다.
한 스웨덴 기자가 북한을 방문해 비교적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행운을 얻었지만,
북한 국경 세관에서 무려 90장이나 삭제를 당했다.
그러나 그는 홍콩에서 카메라 데이터를 다시 복구해 삭제된 사진을 모두 되살려냈다.
그는 복구한 사진과 함께 자신의 방북경험담을 22일 CNN 홈 페이지에 게재하면서
“이 사진들이 왜 삭제됐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스웨덴의 요한 닐랜더 기자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지난달 북한에서 열린 국제 자전거 경주대회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서방 기자로서는 그가 유일했다.
‘운 좋게’도 그의 담당 가이드는 ‘선전 기계’가 아닌 매우 친절한 북한인이었다.
평양에서 영어를 공부했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좋아한다는 42세의 북한 가이드는
그에게 원하는 사진을 모두 찍어도 좋다고 허락했다.
금지 사항은 단 두 가지. 군인이나 군 시설을 찍으면 안 되고,
김일성 부자 사진은 전신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
닐랜더 기자는 가이드의 친절 속에 비교적 제약 없이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두만강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오는 길에 세관 검열관(보위부원)에게 카메라를 빼앗겼다.
검열관은 그 자리에서 90장의 사진을 삭제했고,
가이드는 “부적절한 사진을 삭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에 도착한 닐랜더 기자는 한 작은 정보기술(IT) 업체에 데이터복구가 가능한지를 문의했고
이 업체는 24시간 만에 삭제된 모든 사진을 복구했다.
삭제된 사진을 확인한 닐랜더 기자는 CNN 기고문에서 “삭제 기준에 놀랄 수밖에 없다.
왜 북한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지킨 사진도 삭제를 해버렸는지 미스터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화난 표정의 군인이나 여권 검열원의 사진은 이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옥수수 밭을 함께 걷는 노부부나 세관 앞 배구장 풍경 등은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데도
삭제 당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검열관은 노인들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가는 사진이 북한의 빈곤 실상을
서양에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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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이 사진을 보고 대략 왜 북한 검열관이 삭제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를 통해 북한에서 사진을 어떻게 찍으면 검열대상이 되는지도 다시금 잘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도 왜 삭제했지, 갸우뚱한 사진도 있네요.
삭제한 북한 검열관이 대충대충 보면서 삭제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을 수도 있긴 할 겁니다.
자 이제부터 스웨덴 언론인이 왜 삭제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던,
그 사진들을 하나씩 삭제 이유를 분석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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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삭제대상이 되겠죠. 바로 삭제하는 장면을 찍었으니까요.
삭제되는 순간에도 사진을 찍은 기자정신이랄까. 그런데 이 사진은 누가 찍어준 것일까요.
3자가 있을 것 같은데 기사에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삭제하는 사람을 보니 보위부 군복인데, 계급을 보아하니, 저것이 좌급이면 상좌 정도 되는데,
이 정도면 외국인이라고 거의 세관장 또는 부세관장급 인물이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닐랜더 기자는 대우를 받은 겁니다.
그런데 상위급이면 그냥 보통 세관 검열원에 그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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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혁명군인의 이미지와는 달리 좀 험악한 인상입니다.
군인을 찍지 말라는 규정도 어겼구요.(그런데 단동에선 이 사진이 문제 없었을 겁니다.
하도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다보니 거긴 대충하는지,
이 정도 사진은 중국인 통해서 많이 나오던데요.
두만강 쪽은 비교적 한적하니 자의적 기준이 엄격했나 봅니다.
이 군인은 체격도 좋습니다. 세관 경비원 정도면 잘 먹고 용돈도 좀 챙길 수 있어
‘신의 아들’은 못돼도, ‘장군의 아들’ 정도는 돼야 그 자리에 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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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도 역시 군인들이 잡혀있습니다. 그리고 철조망까지…
그 외 한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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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했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군인 얼굴은 찍지 말랬다고 했다니
북한식으로 볼 때 삭제기준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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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군인이 찍혔습니다. 가이드와 함께 여권을 검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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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진은 달구지가 맘에 안들었겠죠. 저 정도 집이면 먹고 사는데 걱정없는 집 같습니다.
라진쪽이라 생활수준이 비교적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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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저도 왜 지웠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목가적 풍경 괜찮아 보이는데,
길 포장상태가 맘에 안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서양인이라, 기준이 꽤 엄격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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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뒤에 흐릿하게나마 군인이 있어 삭제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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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경찰입니다. 이것도 군복이라 삭제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마을이 참 좋아 보이네요. 나무도 있고요.
저런 곳에 휴양건물을 만들어 살아도 조용하고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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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스웨덴 기자가 억울하다고 지목했던 대표적 사진인데,
북한 검열관 입장에선 저렇게 노인들이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메고 가는 장면이
북한의 식량난, 빈곤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봤을 수 있습니다.
얼마전에도 북한이 남조선에선 노인들이 폐지를 줍는다고 불효정권이니 어쩌고 저쩌고 비난했는데,
자기들도 망신스러운 것은 알겠죠. 특히 여성이 메고 가는 가방은
저것이 자루이지 배낭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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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혁명의 나라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아서 삭제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일은 안하고 저렇게 몰려서 구경나왔으니 저 나라는 실업자가 저렇게 많고,
한가한가 이런 이미지를 줄 것 같다고 삭제된 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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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자전거에 실린 자루가 문제가 됐고,
저기 뒷편에 무거운 배낭을 쥐고 앉아있는 여인도 문제가 됐을 듯 합니다.
보안원뒷모습도 있고,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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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집이 좋아보이지 않네요. 물론 가운데 해군 군복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진 속 남자들이 주체의 혁명조국에서 사는 사람들 치고,
불량해보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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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역시 위에서 쓴 이유와 같은 의미.
뭔 대낮에 이렇게 백수가 많아 이렇게 생각이 들 수 있죠.
그리고 북한은 군중 사진에 있어서 질서가 잡히고 일사분란한 이미지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사진 속 인물들은 제멋대로네요. 음, 용납이 안됐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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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의 인물이 아마 나진선봉시 부인민위원장 정도 되는 간부라고 합니다.
이것 역시 프라이버시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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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옆 배구장입니다. 보니 원정세관 같아 보입니다.
스웨덴 기자는 사람 하나 나오지 않는 이 사진이 왜 삭제 기준이냐고 했는데,
세관 사람들 입장에서 자기네 후진 배구장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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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은 얼핏 별 문제가 없어보이는데, 그럼에도 왜 삭제됐을까요.
여러분들이 한번 맞춰 보십시오.
만약 맞추셨다면 그건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를 통해
북한 공부가 많이 됐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요.
주성하 동아일보 전문기자 zsh75@donga.com
북한에서 김일성대를 나왔고 2002년 한국에 와 2003년 동아일보에 공채로 입사했다.
현재 국제부 기자로 대한민국에서 담당영역이 국제+우주+북한으로 제일 넓은 기자다.
노근리평화상, 조계창국제보도상, 한국인권보도상 등을 수상했고 저서와 논문도 여러 권 썼다.
"오늘은 남한에서, 통일 뒤엔 북한에서 두 번 평가 받겠다"는 자세로 글을 쓰고 있다.
편집과음악=씨밀래
출처=웃음이 항상 있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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