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여유,      

 

‘매팅리 감독을 품다’

출처 다음스포츠|입력 2014.04.13 06:24|수정 2014.04.13 13:08

 

 

 

 

환하게 웃었습니다.

얹혀있던 체증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간 기분이었습니다.

천적이라 불리는 골드슈미트를 삼진으로 잡고,

7이닝 무실점 완벽 투구를 선보이며 류현진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습니다.

이제는 미소를 넘어 감독을 품는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불펜 난조로 고민을 하고 있는 매팅리에게 이날 류현진의 피칭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중계 카메라에는 자주 잡히지 않는 더그아웃 풍경을 사진기자가 담을 수 있다면,         

구단 사진사는 사진 기자가 담을 수 없는 클럽하우스를 비롯한

선수들이 활동하는 내부 공간까지 모두 촬영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담을 수 없는 모습이기에 더 귀한 모습입니다.

 

 

[사진=다저스 오피셜 존 수후 블로그]

 



'누가 감독이고, 누가 선수인가' 사진상의 표정과 액션을 봐서는

류현진 선수가 감독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마치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매팅리)를 격려하는 것 같습니다.

7이닝까지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 피칭을 선보이고

마운드를 내려온 류현진은 클럽하우스에서 팔에 아이싱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류현진은 클럽하우스로 이동하는 복도에서 매팅리 감독을 기다렸고,         

매팅리 감독을 보자마자 와락 안았습니다.

현진의 포즈와 표정에서 여유가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사진=다저스 오피셜 존 수후 블로그]

 

 

 


경기전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 류현진과 페데로위츠의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마틴 김이 통역을 도와주고는 있지만 사뭇 진지하게 허니컷 투수 코치의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마틴 김은 류현진이 영어가 서툴긴 하지만

야구 관련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잘 알아듣는다고 전했습니다.
 

 

 


         자! 그럼 경기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2이닝 8실점이라는 최악의 피칭을 보였던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체이스필드에서 벌어진 2014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피칭을 했습니다. 7

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이날 투구 수는 99개.

스트라이크는 70개를 기록했고, 3.86이었던 평균자책점은 2.57로 떨어졌습니다.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내리고 승수를 챙겨 명예 회복을 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천적이라 불리던 골드슈미트를 삼진으로 잡음으로써 자신감 또한 수직 상승했습니다.

류현진은 경기 직후,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골드슈미트를 삼진으로 잡아 기쁘다는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3-2 볼카운트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잡힌 골드슈미트가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날 류현진이 골드슈미트의 발길을 돌린 1회 결정구를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다저스 해설자 빈스컬리나 현지 기자들은 '커터'였던 것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은 위험한 슬라이더였다."고 말하며,

"조금 빠르게 던지면 커터 아니겠냐?"며 웃으며 답했습니다.

타자 입장에선 굉장히 혼돈스러운 공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1회 골드슈미트를 삼진으로 잡아내자 류현진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이 순간 류현진이 알게 모르게 의식을 많이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인터뷰에서 천적 골드슈미트를 꽁꽁 묶어서 기뻤다고 속내를 내비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이 웃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류현진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 류현진에 비수 꽂은 마틴 김의 한마디, "왜 두렵니? 하하"

 

 

 

 

 

 

마틴 김의 농담 한마디는 류현진을 더욱 웃게 했습니다.

평소 류현진은 몸으로 장난을 많이 치는 반면 마틴 김은 말장난을 즐긴다고 전해졌습니다.

이날도 류현진은 매팅리 감독과 허니컷 투수 코치에게 "손에 순간 충격을 느꼈다."며

"더 이상은 던지는 것은 무리인것 같다."고 상황설명을 했습니다.

 

 

 

 

 

 

이런 류현진에게 마틴 김이 "왜 더 던지면 질까봐?"라며 농담을 던졌고,

이에 류현진은 수건으로 마틴 김을 공격한 것입니다.

정말 친한 사이이기에 할 수 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는 더 밝아졌습니다.

 

 

 

 

 

 

땀을 닦으면서도 류현진은 마음이 홀가분했습니다.

류현진의 미소는 수건으로도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경기전 매팅리의 바람은 류현진이 조금 더 많은 이닝을 던져 주는 것이었습니다.

다저스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었기에 선발투수에게 기댈 수 있는 작은 바람이었죠.

하지만, 류현진은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7이닝까지 99개를 던지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이끌어 갔습니다. 투구수 100개가 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현장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완봉승까지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7이닝을 마지막으로 마운드를 내려왔고,

손목과 팔을 체크하는 류현진의 모습에서 문제가 생긴 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 팔 부상? 전혀 아니다.

 

 

 

 

 

 

7회 류현진이 팔을 만지작거리고, 손목을 풀어주는 모습이 보여

혹시 팔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매팅리 감독은 "7회말 선두타자 프라도의 원바운드 강습 타구를 잡을 때

내밀었던 왼팔에 경미한 충격이 일시적으로 온 것이다."고 전했고,

류현진도 "부상은 절대 아니다."며 못을 박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입니다. 7회말 프라도의 원바운드 강습 타구를 잡을 때

왼손이 공과 부딛히며 순간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저 상황이 벌어진 직후부터 류현진은 팔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고,

마운드를 내려와 더그아웃에서도 감독에게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했습니다.

일시적인 충격으로 팔이 불편했음을 말입니다.
        


         # 점점 업그레이드 되는 유리베의 배려

지난 시즌 류현진이 1루 베이스 커버를 하고 마운드로 돌아오면

늘 옆에서 숨고를 시간을 벌어준 동료가 있습니다.

류씨형제로 유명한 3루수 유리베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네 이름을 말해봐"라며 단순한 물음으로 시간을 벌어줬지만

올 시즌은 조금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괜스레 로진백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공을 가지고 여유를 부리기도 합니다.

 

 

 

 

 

 

류현진을 바라보는 유리베의 미소는 큰형님이라기 보다는 아빠의 미소입니다.

 

 

 

 

 

이름을 물어봤던 지난 시즌과는 다르게 이제는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벌어줍니다.         

다양한 이야기라고 해서 거창하진 않습니다.

 "공 좋으냐? 잘하고 있어" 등의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말과 시간이 류현진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2승을 거둔 류현진 인터뷰 영상을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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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촬영=김재호, 편집=조미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