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양반의 무능력과 부패상을 폭로하고

동시에 관리들의 횡포를 풍자한 '양반전'이란 소설이 있다.

정선읍 애산리에는 이 소설을 토대로 한 작은 부락이 하나 있다.

정선의 옛 모습과 함께 양반전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곳 아라리촌이다.


        

        








거리 곳곳에는 물레방앗간, 통방아, 연자방아, 서낭당, 초정, 장승 등의

건물과 소품이 있어 실제 옛 거리를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소설 양반전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옛날 강원도 정선 땅에 가난한 양반이 살았다.

그는 현명하고 정직한데다 책읽기를 즐겨해 신임 군수들조차 직접 찾을 만큼 인격이 높았다.

하지만 그는 경제적 능력이 떨어졌다. 관가의 곡식을 빌려 연명했는데

어느덧 그 환곡이 1000여 섬에 이를 지경이었다."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소설 <양반전>의 첫대목이다.

정선은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사는 고장이다.

물론 소설은 허구지만 양반전을 읽다보면 등장인물의 생김이나 복장,

내용에 나오는 건물, 소품, 거리 등이 상상되곤 한다.

'실제로 이런 곳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런 궁금함을 실물로 조성해 놓은 곳이 바로 아라리촌이다.
        



        

기와지붕에 안채와 사랑채로 이루어진 양반이 머물렀던 전통와가를 시작으로

굴피집, 너와집, 저름집, 돌집, 귀틀집 등이 전시돼 있다.


        
 

아라리촌에 들어서면 오른쪽 한편으로 갓을 쓰고

한복을 차려입은 황금빛 동상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서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모양이 전부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동상들은 <양반전>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당시 의복을 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재현해 놓은 것이다.
        


한 부자가 자신의 빚을 갚아주겠다고 하자

그 앞에 넙죽 엎드린 가난한 양반의 모습이 애처롭다.

돈을 벌지 못해 자신의 마누라에게 구박받는 양반의 모습도 처량하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동상을 하나씩 둘러보다 보면 불쌍한 마음보다 웃음이 나올 때가 더 많다.

양반은 세수를 할 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아 옷이 모두 젖었다는 얘기도

동상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자녀에게 소설을 먼저 읽게 한 후

동상을 하나씩 둘러보며 내용을 상기시켜 보는 것도 좋겠다.

표정과 손동작 하나까지 워낙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어

마치 단번에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다.


 

표정과 손동작 하나까지 워낙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어

마치 단번에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다.
        


정선의 옛 마을에서 여유를 즐기다



우리네 선조들이 살던 모습을 그대로 조성해 놓은 곳은 많다.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의 주요 촬영장이기도 한 용인의 민속촌을 시작으로

방 여러 곳에 전통가옥과 거리를 재현해

당시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게 공개하고 있다.
        


아라리촌 역시 옛 선조들의 가옥과 당시의 거리, 소품 등을 전시해 놓았다.

조금 다른 면이라면 오직 강원도와 정선의 옛 생활모습만 서로 다른 가옥별로 조성해놨다는 것.

기와지붕에 안채와 사랑채로 이루어진 양반이 머물렀던 전통와가를 시작으로

굴피(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덮은 굴피집,

200년 이상 된 소나무 널판으로 지붕을 얹은 너와집,

대마 껍질을 벗겨낸 줄기로 이엉을 엮은 저름집 등을 볼 수 있다.



아라리촌엔 강원도와 정선의 옛 가옥과 거리,

소품 등의 생활모습을 당시 모습 그대로 조성해 놨다.
        


이밖에도 2cm의 얇은 돌기와(판석)를 지붕으로 사용한 정선지방에만 있던 돌집과

목재가 풍부했던 강원도 산간지대의 주민들이 살던 귀틀집 등도 볼거리다.

외관 뿐 아니라 집안도 옛 모습 그대로다. 눈이 많이 오는 산간지역에선

마당이 집 안으로 들어와 봉당이 됐다.

실제로 물을 퍼올릴 수 있도록 우물의 모습도 재현해 놓았다.

 




봉당과 부엌 사이에는 추운 겨울 불씨를 보관하던 화티가 재현돼 있다.

그 시절엔 시집온 새색시가 불씨를 관리했는데

혹시라도 불씨를 꺼트리면 소박맞는다는 말이 있었다.

부엌 한 편에 재현된 작은 공간이

그 시절 불씨를 관리하며 울고 웃었던 어머니들의 쉼터처럼 느껴진다.



 

가옥 안쪽으로 들어가면 내부도 당시의 모습대로 재현해 놨다.

어린 시절 봤던 탈곡기와 방아가 인상적이다.


 정선 지방의 전통 민가 중 하나인 저릅집이라고 한다.
   
대마의 껍질을 벗기고 난 줄기를 짚 대신 이엉으로 이은집을 일컬으며 
    겨릅집이라고도 한다.
   
주로 정선과 삼척지역에 분포되어 있으며 속이 빈 저릅 대궁이
    단열재로서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고 한다.



너와집...
  
백년 이상 자란 소나무토막을 쪼갠 널판으로 지붕을 이은 정선지방의 전통민가이다,



이곳에서는 이 모습도 참 자연스러워 보인다.
  오히려 자동차와 앰프가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