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의 리더가 된 롤린스, ‘푸이그도 감당할 수 있을까’

 

# 다저스의 맏형이 된 지미 롤린스의 자세, '존중에서부터 시작'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만 15년을 뛰었던 지미 롤린스(Jimmy Rollins. 37)가

다저스 일원이 됐음을 공식 선언하고,

8일(한국 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핸리 라미레즈의 빈자리를 채워줄 선수로 롤린스를 지목한 다저스는

유망주 투수 2명을 내주고, 롤린스를 데려와 연봉 1,100만 달러(약 121억 원)에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필리스에서의 롤린스 활약은 수상내용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3차례 올스타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MVP(2007년),

골드글러브(2007, 2008, 2009, 2012), 도루왕(2001), 실버슬러거(2007).

그리고 지난해 6월에는 필라델피아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날린 선수로 기록됐습니다.

필라델피아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날린 선수로 기록되자

롤린스는 트레이드에 유연한 마음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다저스의 맏형이 된 지미 롤린스.

그에게 주어진 임무 중 하나인 '리더'의 역할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듯

베테랑다운 여유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입단 기자회견장을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갔습니다.

다저스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유리베와는 또 다른 형태의 유쾌함이었습니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30여 분 전.

공식 일정보다 일찍 도착한 롤린스와 그의 아내 조하리(Johari)는 차를 주차해 놓고,

주차장에서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약속 시각에 맞춰 경기장 안으로 이동하려는 것입니다.

기자도 주차장에 주차하고 카메라를 챙기고 있었는데,

그 순간 누군가 인사말을 건넵니다. "롤린스 취재하러 왔느냐?"고 말이죠.

그의 말에 "그렇다"며 무심코 지나쳤는데, 다시 보니 그가 지미 롤린스였습니다.

평소 선수 주차장과 미디어 주차장은 다른 곳을 사용하기 때문에

롤린스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눈치채고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동행 취재 할 수 있었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저스타디움 입구로 이동한 롤린스와 조하리는

기다리고 있던 다저스 홍보팀장 조 지렉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 뒤에 다저스 구단 사진사 존 수후도 보입니다.


경기장 출입구에서 다저스 홍보팀장의 환영과 안내를 받은 롤린스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마자 반가운 손 인사를 하고,

다저스의 전설 돈 뉴컴과 토미 라소다의 환영도 받았습니다.

토미 라소다 고문은 일어나 포옹하는 대신

가벼운 손짓으로 롤린스를 반겼습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기 전,

다저스 저지를 입고 들어가느냐 마느냐를 두고 잠시 생각하기도 했지만,

등번호 11번이 새겨진 저지는 자이디 LA다저스 단장이 직접 입혀주었고,

다저스 일원임을 다시 한 번 알렸습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쓴 롤린스의 기자회견은

이제부터 본격 시작입니다.


"여느 스포츠처럼 야구도 약간의 움직임이 생긴다.

만약 필라델피아를 떠나게 된다면 내가 갈 곳은 LA다저스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야구의 역사가 있고, 이기려는 의지가 있는 팀.

이런 특별함을 같이 하고 싶었다."는 말로 시작한 롤린스는

'리더십', '월드시리즈'에 대한 소견과 함께

취재진의 장난 섞인 짓궂은 질문에도 재치있게 답했습니다.

Interview 01) 롤린스의 리더십에 대하여..


"트레이드가 확정된 지 1~2시간쯤 지났을 때,

매팅리 감독은 제게 전화를 했어요. 클럽하우스에서 누가 시끄럽고, 조용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등 다저스 선수들 개인의 성향을 모두 설명해주셨죠.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했는데, 제가 클럽하우스를 갔을 때

분위기 파악이 쉽게 될 수 있도록 친절하고 꼼꼼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이 선수들의 특성을 모두 존중할 거에요."


매팅리 감독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한 롤린스는 팀의 맏형으로서

동료들을 이끌고 함께 나아가는 것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이어갔습니다.

"유격수로서 경기 도중 투수가 어떻게 하는지 볼 수 있고,

타임아웃도 할 수 있고, 투수와 이야기를 나누며 경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벌써 리더의 자리를 줬다고 생각해요. 전 이런 상황을 즐길 거에요.

제가 아는 것을 다른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팀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제가 나서서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일도 가능하죠."

 

이 같은 답변에 취재진들은 1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롤린스의 리더십이

얼마나 발휘될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습니다.

이에 롤린스는 "(기간의 짧고 길고보다는) 존중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나를 존중하고 내 말에 귀 기울인다면 내가 경기에서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게 될 것이고,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커쇼, 곤잘레스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팀의 사정을 알고,

팀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것임을 알렸습니다.

리더십에 대한 질문은 자이디 단장에게도 이어졌습니다.

"롤린스를 영입할 때, 리더십에 대해 고민했는가?"였는데,

자이디 단장은 "지미 롤린스의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항이라

특별히 고민하고, 연구할 필요도 없었다. 필라델피아에서 월드시리즈의 우승을 거머쥔 것처럼

여기에서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한 취재진은 "야시엘 푸이그 같은 선수와 함께 생활(활동)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질문은 지난 시즌 많은 스텝과 동료들이 푸이그의 돌발행동 등으로

고생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천방지축 푸이그도 잘 이끌 수 있겠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롤린스는 잠시 웃음을 보이더니 푸이그에 대한 생각을 내놓았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푸이그를 상대로 경기를 해봤기 때문에

야구 스타일은 알고 있습니다. 처음 상대한 경기에서 도루와 2루타를 날리는 걸 보고

엄청나게 빠르다고 생각했죠. 실력도 있고, 장난기도 많고… 다만,

그의 에너지를 좋은 쪽으로 이끌어가길 원합니다.

(웃음) 그는 이미 스타이기 때문에 올바른 길을 걸어야 하고,

다른 선수들도 그 길을 밟을 수 있도록 해야 하죠."


2015 시즌 새로운 리더로 다저스를 이끌어갈 지미 롤린스는

팀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내렸습니다.

"다저스는 야구를 잘하고, 즐기고, 또 우리(필리스)를 이겼지만

아쉽게도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야구는 승수가 많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룬 것이 아닙니다.

실력만으로 162경기를 뛸 수 있지만, 플레이오프는 실력만으로는 힘들어요.

다저스는 실력은 있지만, 그 이상이 없었던 것 아닐까..

이제는 그런 문제들을 고치고 있는 것 같아요."


Interview 02) 월드시리즈 우승이란…



지미 롤린스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도 끼워봤고, MVP의 영예도 얻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밖에도 많은 수상 경력을 갖고 있죠.

이런 롤린스에게 취재진은 "월드시리즈 우승, MVP 등 많은 것들을 이뤘지만,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게 있어 다저스에 온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아직도 못해 본 걸 물으신 거에요?"라는 되물음으로 시작한 롤린스의 답변은

"아직도 부족합니다."였습니다. 월드 시리즈 우승 반지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죠.


"월드 시리즈 우승이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전 지금 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이죠. 162경기를 뛰고,

30개 팀이 매년 같은 목적으로 경기하는데,

모든 팀이 월드 시리즈 우승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 역시 한 번 밖에 우승하지 못했죠. 부족합니다.

이 곳 다저스에서 월드 시리즈 우승을 거머쥐길 바라고 있습니다."

 

다저스 팬들은 물론 다저스 출입 기자들 역시 다저스가 월드시리즈를

얼마나 원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커쇼의 말을 인용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월드 시리즈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는 커쇼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롤린스 역시

"월드 시리즈에 대한 욕망은 변함이 없습니다.

모든 팀이 월드 시리즈 우승을 원하지만, 오직 한 팀만이 차지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 LA 다저스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주인공이 되고 싶고,

그런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지 않으면 절대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며

월드 시리즈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Interview 03) 조금은 짓궂은, 하지만 즐거운…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지하게 답변을 이어가는 롤린스에게

기자들은 짓궂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오클랜드 출신인 롤린스에게 "캘리포니아 북쪽에서 자랐는데,

그쪽 사람들은 지금 입고 있는 LA다저스 유니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식이었죠.


이 같은 질문에 한바탕 웃음을 보인 롤린스는

"다저스라는 팀은 정말 싫어해요."라며 단호하게 말한 뒤,

"다만 파란색은 좋아하죠. 하지만 여기에 와서 경기를 뛰어보고 피아자가 홈런을 쳤을 때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모습을 보면서 특별한 곳이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1988년(LA 다저스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해)

이후에 저 역시 다저스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다행인 것은 2008년과 2009년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다저스를 상대해 모두 이겼는데,

그때의 승리는 1988년의 복수였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해 모두를 웃게 하였습니다.

기자회견장 한쪽에 서 있던 카스텐 사장도 웃음을 참지 못했죠. 


기자들의 짓궂은 질문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고향 팀(오클랜드)이 유격수를 찾고 있는데, 그쪽으로 갈 생각은 해봤느냐"는

질문을 이어 가는가 하면서 "선수 생활한 지 꽤 됐는데,

나이 든 느낌은 나는지?"와 같은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이에 롤린스는 당황하지 않고,

"(지금은 아니고) 작년 트레이드 기간 말 즈음에 생각은 해봤지만,

아내가 좋아하지 않아요. 저 역시 내셔널리그가 좋아 만족하고 있습니다."고 답했고,

체력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 몸이 뻐근해요. (하하하)"라고 장난 섞인 답변을 내놓더니,

 곧바로 아내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아내에게 감사해야죠. 많은 아이스크림과 군것질들을 아내가 모두 없앴어요.

트레이너였던 아내 덕분에 많은 관리를 하고 있어요.

좀 더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항상 운동하죠.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돌보고 나서도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는 아내를 보면 저 역시 저절로 열심히 하게 돼요.

연애하면서부터 늘 이런 생활을 했죠."

평소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해 주고 있는 롤린스의 아내 조하리는 봉사활동에도 큰 관심을 보여

"The Johari & Jimmy Rollins Center for Animal Rehabilitation" 시작했고,

아픈 동물들에게 물리치료를 해주는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A 다저스의 맏형이자 내야수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지미 롤린스의

입단 기자회견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질문의 상당수가 리더십에 대한 내용이었고,

선수 변화가 많은 이번 시즌 그 중심을 잡아주길 바라며

그 임무를 롤린스에게 맡긴 셈이죠.

롤린스의 리더십이 LA 다저스에서 어떻게 빛을 발하게 될지,

푸이그마저 포용할 수 있다면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