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꽃들의 향연

紅蓮-홍연

까까마까 2013. 6. 1. 20:29

 

홍연

 

 

2011.7.24.

 

 

 

 

 

 

 

 

 

  

♧ 천사들의 합창 ♧

 

 

몇 년 전,

라디오에서 어린이 동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의 일입니다.

그 프로그램은 요일마다 각기 다른 코너들로 꾸며졌는데,

그 중 수요일에 진행되는

'전화 노래자랑'

코너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노래자랑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전화로

유감없이 노래실력을 뽐냅니다.

거기에서 가장 잘 한 아이에게 으뜸상이 돌아가고,

그 어린이는 월말대회를 거쳐 연말결선까지 나갈 수 있는데,

그때는 방송국으로 직접 찾아와 정식으로 노래실력을

겨루게 됩니다.

 

 

바로 그 '전화 노래자랑 연말결선' 이 있던날,

아이들이 방송국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은 방송국 구경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냥 기쁜 듯 들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까르르 웃고 떠들면서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사진을 찍자며 내게 달려와 손을 잡고 포옹을 하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대회 전의 긴장을

풀었습니다.

 

 

 

그렇게 부산한 중에도 구석에 얌전히 앉아

무언가를 집중해서 듣는 세 명의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내 주위를 둘러싼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나서야 내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내 손과 얼굴을 쓰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언니, 정말 보고 싶었어요."

눈이며 코, 입 등 내 얼굴을 구석구석을 한참이나 만지던 아이들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우아! 언니 정말 예쁘다!"

 

 

순간,

나는 움찔 했습니다.

그 아이들은 시각장애아였던 것입니다.

이제껏 전화를 통해서만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이 아이들이

앞을 못 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언니 얼굴이 보이니?"

"그럼요, 저희 마음엔 아주 커다란 눈이 있는 걸요."

아무 주저 없는 아이들의 대답을 듣는 순간,

그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대회가 무르익어갈 무렵,

시각장애아 중창단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무대에 올라온 아이들은 서로 손을 꼬옥 잡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대회장 가득 울려퍼진 천사들의 고운 노랫소리.

노래가 끝나자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나는 또다시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드디어 시상식,

내가 소원한 대로 마음의 눈을 가진 세 천사에게

최고상이 돌아갔습니다.

마음의 눈으로 나를 볼 수 있다던,

한없이 투명하고 밝은 그 세 아이들의 모습은

세상살이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소중한

수호천사입니다.

 

 

 

====행복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