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쫓던 코요테
뉴멕시코
록키산맥에서 발원한 리오 그란데강이 만들어낸 자연습지와 비옥한 농토 덕택에
이 곳은 사철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계절마다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특히,11월 중순부터 2월 하순까지가 절정기입니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날아 온 1만여마리의 샌드힐 학,북극에서 온 2만6천여마리의 눈기러기 떼,
3만여마리의 오리 떼,
대머리 독수리, 캐나다 기러기, 쇠물닭, 올빼미까지 수만 마리의 새들이 이곳에서 겨울을 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매년 11월 하순 1주일간
전 세계의 조류학자들과 야생동물 애호가들이 모여 학의 귀환을 축하하는
'학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무사히 잘 다녀왔구요. 오가는 길에는 아리조나 사막에서 잠을 잤습니다.
애마 싼타페에서 잠을 잔 것이죠.
물론, 그럴 작정을 하고 떠난 길이어서 침낭이랑, 취사도구는 챙겼었죠.
그 고단하고, 흥미진진한 ^^ 여정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도중에 만났던 코요테 두마리와 청둥오리에 대한
얘기입니다.
Socorro의 변두리 늪지에 귀를 쫑긋 세운 두 마리의 코요테가
등장합니다.
들판은 새봄을 위해 생기를 저축하느라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멀리 산 기슭으로
급하지 않은 발길을
옮깁니다.
앞장섰던 놈이 야트막한 둔덕에 올라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 어디를 보나 했더니 조그만 호수 저편을 바라보네요.
갑작스런 이방인의 출현에 놀란 까마귀들이 저쪽으로 날아갑니다.
이제 보이시죠. 놈들이 무얼 노리는지.
그런데 엉거주춤 다가서는 품이 좀 이상하군요.
아, 호수가 매서운 찬바람에 얼어 붙었군요.
얼씨구, 이 청둥오리들 좀 보십시요.
놀라 달아나거나, 날갯짓 퍼덕이는 놈조차 없네요. 한달음에 달겨들 거린데도
말이죠.
예상했던 일일까요. 자기네들이 있는 곳은 간밤의 헤엄으로
얼어붙지 않은 곳이라 감히
덤벼들지 못할 것이라는
걸.
그런데, 이들 코요테도 태연하기는 마찬가지네요.
마치 날마다 반복되는 일인것처럼요. 서로들 '소 닭보듯' 합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걸까요.
코요테가 물끄러미 고개를 돌려 봅니다.
어슬렁거리는 코요테가 미웠을까요.
청둥오리가 한마리 날아 올라 요란스런 소리를 냅니다.
하하, 그런데 이놈 좀 보십시요.
그냥 사라지는 듯하던 코요테가 기어이 용심을 부립니다.
*용심이란 심술을 부리다라는 한자어입니다. 경상도에서는 흔히 쓰이는
말입니다.
"에잇, 똥이나 먹어라" 똥을 싸는지, 아니면 영역표시를
하느라 오줌을 누는지.
두놈 다 별 소용없는 짓을 하다가 지나던 까마귀한테 체면을 다 구긴 얼굴로
돌아섭니다.
'돌아~선 그대 등에 흐으르~는 빗물은, 비잇~물은'
유행가 가사처럼 처량한 뒷모습을 보이며 우리의 두 코요테 선수.
뒷모습을 보이며 막 뒤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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